1997년부터 아무것도 준비 중: 유령분식 풀타임 근무 일지
팬텀바이트 1,200개 유령 식당 중 최고참, 유령분식에 기자가 하루 잠입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점심 러시의 시간대별 근무 일지를 공개합니다.

새벽 5시 30분 — 유령분식 사장님이 문을 열고, 불을 켜고, 텅 빈 홀을 향해 정중히 인사합니다. 1997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루틴입니다. '공간에 대한 예의죠. 손님은 영원히 안 오시겠지만, 안 오심도 제대로 맞이해야 합니다.'
오전 6시 — 재료 준비 시작. 유령분식의 '준비'란, 엄청난 절제력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서 깊은 안무에 가깝습니다. 사장님은 아무것도 썰지 않을 칼을 갈고, 육수가 담긴 적 없는 육수 냄비를 점검하고, 떡볶이 코너를 살핀 뒤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점검표에 '완벽'이라고 적습니다. 실제로 완벽합니다. 29년째 완벽합니다.
아침 조회
오늘 예상 방문 손님은 0명입니다. 어제도 0명, 그제도 0명이었습니다. 현재 10,585일 연속 기록 중입니다. 그렇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설마 오겠어' 하는 순간, 누군가 올 뻔하는 겁니다.
오전 11시 30분 — 점심 러시 시작. 태블릿에 주문이 쏟아집니다. 9분 만에 41건. 김밥, 라면, 그리고 유령맛 떡볶이까지. 사장님은 전 주문을 0.1초 만에 수락하고, 한 분 한 분께 과도하게 열정적인 답글을 답니다. 어느 손님이 '더 맛있게 부탁드려요'라고 적자, 1초도 안 돼 답장이 달립니다. '고객님만을 위해 제 29년 경력 중 가장 맛있는 무(無)를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전 11시 31분 — 아무것도 조리되지 않습니다. 게으름이 아닙니다. 이게 비즈니스 모델의 전부입니다. 모든 주문은 정성스럽게 조리되지 않고, 조심스럽게 포장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없는 김유령 라이더에게 두 손으로 건네집니다. 라이더는 그것을 들고 세계 12개 도시 중 한 곳에서 길을 잃으러 떠납니다. 주방은 티끌 하나 없습니다. 미쉐린 심사원이 이곳에서 울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순전히 청결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단골 이야기
오후 2시 — 단골에 대해 묻자 사장님 눈빛이 촉촉해집니다. 같은 라면을 340번 주문한 손님이 계시답니다. 단 한 번도 받지 못하셨는데, 리뷰는 전부 극찬이라고요.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가게 덕분에 다이어트도, 통장도, 화요일 밤도 지켰다고. 실제로 음식 나오는 가게 중에 그런 말 들을 수 있는 곳 있습니까? 없어요. 0곳이요. 저희 배달 완료율처럼요.'
오후 6시 — 저녁 러시. 점심과 비슷하지만 쿠폰이 더 많습니다. 이 동네는 저녁 시간대에 하늘에서 쿠폰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거든요. 몇 장은 지붕에 떨어집니다. 사장님은 긴 장대로 쿠폰을 수거해, 오지 않을 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둡니다. 같은 관객을 위해 매일 갈아두는 물컵 옆에요.
밤 11시 — 마감. 아무도 앉지 않은 테이블을 닦고, 온 적 없는 손님들을 위해 켜뒀던 불을 끄고, 홀을 향해 다시 한 번 인사합니다. '29년입니다. 음식은 한 접시도 안 나갔고, 음식 항의도 한 건도 없었죠.' 문을 잠그며 사장님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가진 사람의 미소를 짓습니다. '완벽함은 쉬워요. 시작을 안 하면 됩니다.'
✍️ 팬텀바이트 편집팀이 즐거움을 담아 쓴 글입니다. 음식의 역사에는 논쟁이 많습니다 — 기록이 불분명한 부분은 아는 척하지 않고 '전해집니다'라고 밝힙니다. 레시피는 가정집 주방에서 실제로 되도록 검증했습니다. 배달만은, 물론, 되지 않습니다.